거칠게 내리던 비는 오후 들어 안개비 되어
회색빛 도시에 내려 앉는다
빗물이 가득한 아스팔트 위에
유리 파편 처럼 물방울이 튀어 나간다
회색빛 도시는 빌딩들마다
암울한 그림자처럼 서로를 부등켜 안고
나는 검은 몸둥아리 마냥
빌딩 모서리를 칭칭감고 싸고 돈다
바람에 딩굴다 시궁창에 쳐박혀 버리는
말라빠진 낙엽처럼
울부짖는 검은 몸둥아리 하나
쳐박을곳 찾아 회색빛 도시를 딩군다
사랑한번 해봤으면
사랑 한번 받아봤으면
사랑 한번 하다 죽어 봤으면
그 사랑
그 몹쓸 사랑
그 지독한 사랑
그 못잊을 사랑
가슴가슴마다 피 고름 맺혀
투정부리며 찾아헤멨던 사랑
빗물 가득고인 아스팔트위에는
검은 몸둥아리가 토해내는 피빛으로 물들여지고
회색빛 도시의 검은 그림자
욕망이 꿈틀거리구
진이....